귀인 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심리학 개론을 배울 때부터 필수적으로 배우는 이론이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할 때, 상황의 외적인 측면 보다 한 개인의 내적인 측면, 개인의 인성이나 성격을 원인으로 파악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던 사람이 아픈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았다면, 그러한 행동이 이 사람이 인성이 안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사회 심리학의 기본이 되는 이론으로, 역사가 오래된 개념이다. 1967년에 존스와 해리스의 고전적인 실험을 통해서 확립되었다. 귀인 오류라는 용어는 이후 1977년에 로스가 만들었다.
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과 비슷한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다. 1973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의 존 달리와 다니엘 벳슨이 진행한 실험이었는데 가톨릭 사제 4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에게 사제가 된 목적이 개인의 구원인지 아니면 타인을 돕기 위한 것인지를 먼저 조사하였다. 그 후 다른 건물로 이동하라고 지시하였고 1/3에게는 이미 늦었다고 알려주었다. 1/3에게는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으며 나머지 1/3에게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하였다. 사제들이 가는 길목에 아파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을 배치하고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시간의 압박 정도에 따라 달라졌다. 늦었다고 생각하던 사제들은 10%가 멈추었고 보통은 45%, 여유 있던 사제는 63%가 멈추었으며, 이들의 비율에서 먼저 조사하였던 인성과 관련된 항목은 관계가 없었다. 즉, 이들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도하는 것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사제들은 이미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강도를 당해 죽어가던 유대인을 본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 지나쳐 가고, 당시에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받던 족속인 사마리아인이 멈추어서 그를 마을까지 데려가 치료비까지 내어 주고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성경의 이 유명한 이야기는 설교에서 지금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고,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그냥 지나쳐버린 제사장과 레위인이 교리는 잘 알더라도 행함이 따르지 못하는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버리기 쉽다.
이는 우리 인간들의 보편적이고 유전적인 성향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맥락을 과소 평가하는 것일까? 우리의 선택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외부의 힘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깨어 있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다급한 순간이 너무나 많다. 또한 당황하는 상황을 만나기도 일쑤고, 숙고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판단하고 처리해야 하는 상황도 많다. 말 그대로 '나도 모르게' 행함이 이루어지는 순간들이다. 급박한 순간에 여러 사건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실로 고난도의 판단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 '멘탈이 나간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사고 회로의 정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희망은 스스로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볼 때에도 마냥 귀인 오류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귀인 오류에 빠지거나 또는 반대로 멘탈이 나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1) 급하게 행동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급하면 한가지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나머지 다른 정보들을 처리할 능력을 잃어 버린다. 목적지가 급해서 아픈 사람을 봐도 순간적으로 멈춰서 도와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급하면 산만해져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목적 조차도 잊어버릴 때가 많다. 허둥 거리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뭐하려고 했었지?'하고 멀뚱해지는 것이다.
2) 각 상황에 적절한 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이 분명하고 흑백 논리가 강할 수록 이런 관점이 잘 생긴다. '사람은 마땅히 아픈 사람을 도와야 한다, 돕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 식의 무조건적인 결론을 일괄적으로 대입해서 현상을 보면, 상황에 처해 있던 그 사람의 특수한 상황들이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어 지지도 않는다. 무조건 비난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들어 있는 본성적인 취약점이다.
3) 허둥거리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경험들을 상기하고 다시 검토한다.
오늘 내가 일상 속에서 경험했던 주요한 일들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도 모르게 행동한 적이 없었는지, 허둥거리는 마음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것이다. 그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고, 내가 당시에 보지 못했던 다른 장면이 없었는지 회상해 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 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내일 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를 볼때도 어제의 나라는 관점에서 그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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