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래 문제를 보고 5초안에 대략적인 숫자를 예상해 보세요.
1x2x3x4x5x6x7x8
대략 얼마로 계산하셨어요? 500? 600?
그러면 이 경우도 5초안에 예상해 보세요.
8x7x6x5x4x3x2x1
이 경우는 몇으로 보이시나요?
18000?
이 실험은 대니얼 카너먼이 닻 내리기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했던 것으로 답은 똑같지만 우리는 예상치를 두 번째의 경우에 훨씬 큰 숫자로 적어냅니다. 어차피 5초 안에 계산은 어려워요. 추정할 뿐인데 이때 앞에 주어진 몇 개의 숫자를 바탕으로 전체 규모를 예상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 가지고 있는 심리 중에 '닻내리기 효과 anchoring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이 심리를 역 이용해서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면 좀더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중고 물건을 팔 때의 심리를 생각해 보시면 쉬운데요, 다들 플리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 거래 한번쯤은 해 보셨나요? 그러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바로 가실거예요.
보통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원래 가격이 기억이 안 나거나 원래 가격을 알더라도 내가 사용한 흔적, 흠집들을 보며 얼마에 팔아야할지 혼돈이 생깁니다. 거의 저의 경우는 감에 의존해서 가격을 많이 매기는데요, 만약 전자제품이나 명품 가방 같이 동일한 모델이 중고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그 시장가를 기준으로 팔 게 되겠죠. 그런데 내가 오래 가지고 있던 옷이라면요? 또는 내가 직접 만들었던 수제 원목 향 꽂이라면? 당연히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지게 됩니다.그러면 수제 원목 향 꽂이를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이 물건에 애착도 가고 세상에 하나뿐이니 뭐 이런 여러가지 주관적인 감정까지 반영해서 3만원을 책정하고 들고 나갔습니다. 관심을 가지는 분이 나타나면 이 물건의 스토리를 설명을 하겠죠. 일종의 협상을 시작한 겁니다. 사려는 분은 사고는 싶은데 비싸다고 생각해서 좀 깎고 싶지만 깎더라도 5천원!이렇게 깎아버리지는 못하잖아요? 결국 물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면 흥정을 해봐야 2만5천원-3만원 사이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상호 양보를 한다는 마음이 녹아있기도 하죠.
이 예에서 닻 내리기 효과는 제가 책정한 3만원의 가격 근처로 합리적인 가격을 판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판단할 때 미리 주어진 정보를 기준으로 근접하게 판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닻은 말 그대로 배를 바다 위에 고정시키기 위해서 물 속에 내리는 닻을 말하는 건데요, 닻을 내리면 배는 그 근처에 머무르게 되잖아요. 이를 빗대어 표현한 이름입니다.
닻 내리기 효과를 증명한 실험은 굉장히 많아요. 아마 일상 생활 속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면 직접 발견하기도 쉬우실 거예요.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댄 에리얼리는 대학생들에게 와인 경매를 시켜보았습니다. 와인을 하나씩 나눠주고 학생들의 사회보장번호 뒤2자리를 적으라고 합니다. 우리 주민등록번호로 생각하시면되요. 이 두자리 숫자를 적게 한 다음 이 숫자를 와인 가격으로 매길거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나서 자신이 팔 와인의 가격을 매기라고 합니다.
결과는? 두 지리 숫자가 적은 학생들이 큰 학생들에 비해 10달러 이하의 가격을 적은 경우가 3배 이상 많게 나왔습니다. 물론 내 사회보장 번호와 이 와인의 가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겁니다.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학생들은 사회보장 번호와 와인 가격을 고민하는 두번째 단계에서 나도 모르게 닻을 내려버리게 된 겁니다.
이렇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일수록 불안한 마음은 기준이 되어주고 의지할 닻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를 역이용하는 방법은? 누군가와 비용에 대한 흥정을 할 때 최대한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호 양보하는 마음으로 깎아주는 흥정을 하더라도 내가 처음 부른 가격대 언저리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에서 저자 레온 빈트샤이트는 이런 꿀팁도 주었는데 한번 들어 보세요. 내 중고차를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다면 앞서 내가 새로 구입한 차량을 이야기하면서 훨씬 비싼 가격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 가격이 듣는 이의 마음에 닻을 내리면 자기도 모르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도 흥정에 응하게 될거라는 겁니다.
오늘 하루 생활하시면서 내가 나도 모르게 닻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 없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는 또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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